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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된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역사를 되돌아보다


 미쓰비시가 간판 고성능 랜서 에볼루션(란에보)의 생산 종료를 지난달 말로 선언했다. 이로써 1992년 첫 등장해 WRC를 제패하는 등 자동차사(史)에 큰 족적을 남긴 란에보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란에보의 발자취를 되짚어봤다. <편집자>

 란에보의 특이한 점은 세대 구분을 따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냥 1기, 2기 등으로 마치 학교 졸업 기수같은 표현으로 제품을 구분한다. 이를 위해 Ⅳ, Ⅶ, Ⅹ 등 로마자를 사용한다.


 1기 란에보는 1992년 9월, 미쓰비시 갤랑에 장착한 4기통 터보 엔진 '4G63'을 이식한 스포츠 제품으로 탄생했다. 4G63 엔진은 개량을 거듭, 4기까지 채용됐다. 최고 250마력, 최대 31.5㎏·m의 힘을 냈다. 길이 4,310㎜, 너비 1,695㎜, 높이 1,395㎜로, 현행 토요타 코롤라에 비해 약간 작은 차체다. 무게는 1,200kg(RS 1,170kg, GSR 1,240kg)로 가벼워 경쾌한 주행이 가능했다. 당초 2,500대 한정 제작될 계획이었지만 예상외 인기로 2,500대가 추가 생산됐다. 트림은 편의 장치를 골고루 갖춘 GSR과 스포츠 주행에 충실한 RS 등으로 구성됐다. 이 트림 구성은 이후 세대에도 유지됐다. 


 2기는 1994년 1월에 등장했다. 기존과 비교해 타이어 트레드가 넓어진 덕분(195/55R15에서 205/60R15)에 코너링 성능이 매우 높아졌다. 또한 엔진 출력이 1기보다 10마력 늘었고, 종감속 기어의 감속비를 바꿔 구동력을 높이는 '로기어드(low geard)'가 적용됐다. 타이어 크기가 커진 탓에 무게는 기존보다 10㎏ 증가했다. 2기부터는 WRC(그룹A)에도 참가했다. 특히 1995년 WRC 2라운드 스웨덴 랠리는 란에보의 입지를 다져준 경기로 유명하다. 처음 우승을 차지한 대회였기 때문이다. 


 3기는 2기가 출시된 지 정확히 1년 후에 발표됐다. 1기와 2기는 외관 변화가 극히 적었지만 3기는 확연히 차이가 드러날 정도로 디자인이 개선됐다. 특히 대형 리어 스포일러나 사이드 스텝, 공기 흡입구를 확대한 전면 범퍼 등의 인상이 강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력계는 1기의 것을 계승했지만 고회전으로 출력 향상을 도모했다. 덕분에 최고 출력은 2기보다 10마력 향상된 270마력으로 늘어났다. WRC에서의 활약도 빛났다. 1995년부터 이듬해까지 14라운드를 참가, 6승을 올린 것. 이 시기 란에보의 드라이버였던 토미 마키넨(Tommi Mäkinen)은 1996년 그 해 최고의 드라이버로 뽑히기도 했다. 


 4기는 1996년 8월에 모습을 드러냈다. 랜서가 1995년 10월 완전변경이 된 까닭에 란에보도 변화를 겪은 것. 엔진은 종전과 같은 4G63을 장착했지만 단조 피스톤을 장착하고, 트윈스크롤 터보차저를 채용해 최고 280마력이라는 고출력을 내기 시작했다. 최대 토크 역시 기존보다 4.5㎏·m 늘어난 36.㎏·m를 냈다. 토크 벡터링의 선조격인 AYC(Active Yaw Control)도 적용됐다. AYC는 좌우 뒷바퀴 구동력을 달리해 안정된 코너링 성능을 내는 기술이다. WRC는 97년 1라운드로부터 98년 4라운드까지 출전, 6승을 획득했다. 1997년 토미 마키넨이 2연속 우수 드라이버로 선정됐지만 스바루 임프레자의 선전으로 빛이 바랬다. 때문에 '타도 임프레자'를 목표로 5기 개발이 앞당겨지게 됐다.


 5기는 1998년 1월 출시됐다. 주행 안정성을 위해 트레드와 타이어 지름을 확대해 너비가 1,770㎜까지 넓어졌다. 서스펜션은 전륜 스트럿과 후륜 멀티링크로 높은 핸들링 감성을 추구했다. 브레이크는 브렘보가 장착됐다. 엔진은 터보의 재설정이 이뤄져 출력은 종전처럼 280마력이었지만 토크가 38.0㎏·m으로 늘었다. WRC에서는 1998년 중간부터 출전해 9라운드 동안 4라운드를 우승했다. 이를 통해 토미 마키넨은 3년 연속 우수 드라이버에 올랐고, 미쓰비시는 컨스트럭터 타이틀을 따냈다.


 1999년 1월 란에보 6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방 안개등이 범퍼 좌우 말단으로 옮겨졌고, 번호판의 위치도 정 가운데가 아닌 옆으로 변경됐다. 지금과 익숙한 형태다. 공기 흡입구는 더욱 커져 냉각 성능이 향상됐다. 이 밖에 WRC 규정에 따라 서스펜션 등이 재설정됐다. 이어 2000년 1월에는 6세대를 기반으로 '토미 마키넨 에디션'이 발매됐다. 토미의 WRC 4연속 제패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차다. 열정적인 붉은 외장색에 스프라이트 장식이 들어간 스페셜 컬러 패키지도 설정됐다. 동력계는 6기와 동일하지만 로우다운 서스펜션을 장착하고, 에어로 범퍼, 티타늄 터빈 등의 장착으로 성능 향상을 꾀했다.


 7기는 2001년 1월 등장했다. 랜서 세디아를 기반으로 휠베이스와 트레드가 확대됐고, 경량·고강성 보디를 채택했다. 2.0ℓ DOHC 터보 엔진을 장착해 최고 280마력, 최대 39.0㎏·m의 힘을 냈으며, 서스펜션과 보디 프레임 결합부의 강성을 높여 차체 안정성을 강화했다. 변속기는 기존 5단 수동을 유지했다. 새로 적용된 ACD(액티브 센터 디퍼렌셜 기어)는 주행 감각과 트랙션 능력을 키웠고, AYC을 더욱 개량해 코너링 성능의 강화를 노렸다. 서스펜션을 전륜 스트럿, 후륜 멀티 링크로 구성한 점도 이전과 같았다. 


 7기 발표로부터 1년이 지난 2002년 1월, 란에보 최초로 자동 변속기가 탑재됐다. 이름은 'GT-A'로, 고속 장거리 여행에 특화된 그랜드투어러 성능을 부각시킨 제품이다. 외관은 번호판이 다시 그릴 중앙으로 위치하는 등 소소한 변화를 줬고, 리어 스포일러 크기를 작게 만들어 소비자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엔진은 자동변속기 장착에 따라 터보 크기를 줄였다. 이를 통해 최고 272마력, 최대 35.0㎏·m을 확보했다.


 2003년 1월 발표된 8기 디자인은 올리비에 불레이(Olivier Boulay)가 맡아 미쓰비시 엠블럼이 강조된 형태로 변모했다. 그러나 평가가 좋지 않았을 뿐더러 냉각 성능도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AYC를 개선, 제어 토크를 증가시킨 슈퍼 AYC의 장착은 호평을 받았다. 일본 양산차로는 처음으로 카본으로 만든 리어 스포일러가 장착됐으며, 6단 변속기가 새로 추가됐다. 2004년 2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8기 MR은 통상 8.5기로도 불린다. 여기서 MR은 미쓰비시 레이싱을 의미한다. 빌슈타인 댐퍼를 채용하고, 루프와 도어의 사이드 임팩트 바를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게를 줄였다. 루프의 경우 알루미늄을 채택한 것이 양산차로선 처음 있는 시도였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이에 따라 1,410㎏이었던 기존 8기(GSR) 무게를 1,400㎏ 이하로 맞출 수 있었다. 단조 경량 알로이 휠이 선택품목으로 준비되기도 했다. 


 9기는 2005년 3월 첫 선을 보였다. 가변 밸브 타이밍 시스템을 적용하고, 터보 압축기 하우징을 바꾸는 등 동력계 개편이 적지 않았다. 또한 압축기 휠은 마그네슘 합금으로 제작했다. 스페어타이어가 없어지고, 펑크 수리 킷으로 하중을 낮추는 시도도 이뤄졌다. 9기부터는 GSR과 RS 사이에 GT가 추가됐다. RS에 적용된 기계식 LSD, 5단 수동, 마그네슘 합금 터보를 기본 장착하고, 편의 장치를 GSR 수준으로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어 2005년 9월 란에보 섀시와 랜서 왜건 차체를 합친 란에보 왜건이 출시되기도 했다.


 란에보 10기는 2007년 4월에 발표됐다. 로마자로 기수를 표시하는 전통에 따라 란에보X로 명명됐으며, 엑스(X)라는 별칭으로도 불렸다. 한국에는 2008년 9월 출시됐다. 현대자동차와 공동 개발한 세타 엔진 기반의 직렬 4기통 2.0ℓ 터보가 탑재됐다. 블록 소재가 알루미늄으로 변경돼 무게가 12㎏ 줄었다. 출력은 시장에 따라 다소 다른데, 미국은 291마력, 영국은 276마력, 일본은 280마력 등으로 세팅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295마력이 판매됐다. 폭스바겐의 DSG와 유사한 6단 더블 클러치는 독일 게트락이 만들었다. 북미판 랜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까닭에 종전의 란에보에 비해 크기가 커지고 무거워졌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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