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를 입력하세요
전체뉴스
기획/칼럼
기획
하이빔
기획PR
자동차
신차
시승기
모터쇼
이슈&트렌드
산업/정책
기업활동
실적·통계
정책/법규
모빌리티
교통/운송
제도/정책
영상
영상
제품/서비스
이슈&트렌드
리쿠르트
채용공고
[기획]국산 경차, 얼마나 커지고 발전했나


 국산 경차 시대는 지난 1991년 최초로 열렸다. 당시 정부의 국민차 계획에 발맞춰 탄생한 것. 그로부터 25년, 경차는 긴 세월 동안 국민들의 가장 작은 신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경차는 일반적으로 '가벼운 차'를 의미하는 경차(輕車)로 알려져 있다. 배기량이 낮고, 작은 차를 가리키는 것. 그러나 법률상 경차는 '경제적인 차'를 뜻하는 경차(經車)가 올바르다. 도입 계획을 세울 때부터 국민이 구매에 어려움이 없고, 구입 이후에도 유지비 등이 경제적이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용어는 우리보다 일찍 경차 시대를 연 일본에서 건너왔다. 유럽 등지에선 크기를 고려해 '슈퍼미니'급으로 분류된다. 

 작은 차로 알려졌지만 경차는 계속해서 커지는 중이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크기가 소형차에 버금갈 정도로 확장되고 있는 것. 이는 작은 차라도 안락하고 싶다는 소비자 욕구가 반영된 탓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다양한 편의장치를 수용, 상위 차급과 비교해도 결코 허술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시대 발전에 따라 경차 역시 점차 발전하는 셈이다.


 최초의 경차는 과거 대우차(현 한국지엠)가 만든 티코다. 자체 개발 능력이 없었던 대우는 1980년 후반 일본 스즈키와 협력을 통해 알토 3세대를 바탕으로 티코를 개발했으며, 1991년부터 경상남도 창원 공장에서 티코를 생산했다. 창원 공장은 지금도 쉐보레 스파크를 생산하고 있어 '경차 성지'로 불린다.

 당초 스즈키 알토에는 직렬 3기통 657㏄ 엔진을 얹었다. 그러나 티코에는 국민 정서를 감안, 직렬 3기통 796㏄ 엔진을 장착했다. 최고 41마력, 최대 6㎏·m의 토크를 갖췄고, 수동 4단, 수동 5단, 자동 3단 등의 변속기와 조합했다. 1997년에는 5단 수동변속기를 기반으로 반자동 변속기도 적용됐다.

 티코의 크기는 길이 3,340㎜, 너비 1,400㎜, 높이 1,395㎜, 휠베이스 2,335㎜에 불과했다. 때문에 간혹 TV 예능프로그램에선 티코를 소재로 각종 유머가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티코가 코너링 할 때는 운전자가 쇼트트랙 선수처럼 손을 땅에 짚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유행했다. 그만큼 친숙하게 국민에게 파고들었으며, 출시 초기 3만대 판매라는 기록을 남겼다.  

 1996년 유류값 폭등으로 경차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었다. 여기에 각종 혜택이 더해져 티코의 연간 판매는 10만3,000대까지 올랐다. 이에 자극받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아토스와 비스토를 내놨고, 경차 3파전을 형성했다. 


 현대차 아토스는 IMF 구제금융 사태의 파고를 효과적으로 타고 넘었다. 1997년 9월 출시 이후 12월 월간 판매 순위에서 수위를 차지한 것. 798㏄ 가솔린 MPI 엔진을 얹어 최고 51마력(이후 55마력까지 증대), 최대 7.0㎏·m의 성능을 냈으며, 798㏄ TCI 버전은 최고 70마력, 최대 10.5㎏·m의 힘을 갖췄다. 변속기는 수동 5단, 반자동 5단을 마련하고, 자동 3단(97-99년)과 자동 4단(2000-2002년)도 확보했다.  

 크기는 길이 3,495㎜, 1,495㎜, 높이 1,615㎜, 휠베이스 2,380㎜로, 티코보다 155㎜ 길고, 95㎜ 넓었으며, 220㎜ 높았다. 휠베이스 역시 45㎜ 길어 전반적으로 티코보다 거주성이 높았다. 특히 껑충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높았는데, 이는 경차 너비 규격인 1,500㎜를 맞추는 동시에 탑승공간의 확보를 위해서였다는 당시 현대차의 설명이다. 비슷한 예로 경차 규격이 우리보다 제한적인 일본에서도 톨보이 스타일의 경차는 흔하다.  


 그러나 아토스의 인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토스 출시 이듬해 4월 대우가 티코 후속 마티즈를 내놨기 때문이다. 결국 아토스는 2002년 후속 차종 없이 단종됐다. 아토스를 누른 마티즈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달렸는데, 사실 초기 디자인은 대우차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국내에선 포니 디자이너로 알려진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이탈디자인이 피아트 500의 후속으로 제안했던 것. 하지만 피아트가 디자인에 관심을 보이지 않자 대우가 디자인을 사게 됐고, 마티즈가 탄생했다. 재미있는 점은 마티즈가 피아트 500의 후속 600(세이첸토)보다 유럽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다.  

 마티즈는 디자인과 개발이 동시에 이뤄지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디자인에 설계를 맞추는 '탑다운' 방식이어서 개발자들이 큰 고생을 했다는 점은 후일담으로 전해진다. 엔진은 스즈키가 개발한 3기통 0.8ℓ를 장착해 최고 52마력, 최대 7.3㎏·m의 성능을 냈다. 변속기는 수동 5단, 반자동 5단, 자동 3단이 조합됐고, 1999년 CVT를 추가했다.

 크기는 길이 3,495㎜, 너비 1,495㎜, 높이 1,485㎜, 휠베이스 2,340㎜로, 티코보다 155㎜ 길고, 너비는 95㎜, 높이는 90㎜, 휠베이스도 5㎜ 늘었다. 경쟁차인 아토스의 키가 커서 혹평을 받았던 것과 비교해 오히려 전체적인 비율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이 같은 경쟁력에 힘입어 마티즈는 출시 당해 연간 판매 1위에 올랐다.  


 1999년에는 기아차가 비스토를 내놨다. 아토스를 기반해 제작된 형제 차다. 실제 아토스의 인도 현지 모델인 상트로를 들여온 것으로, 기아차를 인수한 현대차가 차종 다양화를 위해 현대차가 아닌 기아차로 출시했다. 해외에서는 아토스 프라임으로 판매되기도 했다. 4기통 0.8ℓ MPI, 0.8ℓ TCI의 엔진 라인업으로, 길이 3,495㎜, 너비 1,495㎜, 높이 1,580㎜, 휠베이스 2,380㎜의 크기를 지녔다. 변속기는 수동 5단, 자동 3단, 자동 4단, 반자동 5단이 준비됐다.

 그러나 비스토는 2003년 단종을 맞았다. 이어 기아차는 2004년 2월 모닝을 출시했다. 하지만 모닝은 당시 경차 규격을 넘어서는 배기량 및 크기로 경차 분류에 포함되지 못했다. 실제 모닝은 길이 3,495㎜, 높이 1,480㎜, 휠베이스 2,370㎜로 다른 경차와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지만 너비가 규격 기준인 1,500㎜를 초과하는 1,595㎜였으며, 엔진은 현대차의 1.0ℓ 입실론 MPI를 장착했다. 내수보다 수출을 염두에 둔 제품 전략이었다.
     

 덕분에 마티즈의 독주는 이어졌다. 2000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2005년 2세대를 맞이한 마티즈는 GM대우(현 한국지엠)가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의미를 더했다. 고장력 강판 사용을 확대하고, 시계추 공법을 적용했다. 엔진은 0.8ℓ로, 수동 5단과 자동 4단을 조합해 최고 52마력, 최대 7.3㎏·m의 힘을 냈다. 크기는 길이 3,495㎜, 너비 1,495㎜, 높이 1,500㎜, 휠베이스 2,345㎜로 이전과 크게 차이를 보이진 않았다.

 이 사이 국내에선 경차 규격 확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IMF 이후 시장 점유율 30%를 상회하던 경차가 혜택 중단으로 2003년 11월 4.3%까지 급감해서다. 이 때문에 1년 넘게 국회에서 계류 중이던 '경차 지원 법안'이 통과됐고, 정부의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배기량 기준은 기존 800㏄에서 1,000㏄로, 너비는 1,500㎜에서 1,600㎜, 길이는 3,500㎜에서 3,600㎜로 확대됐다. 

 새 경차 제도는 시장 충격을 감안해 3년 유예해 2006년부터 도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1.0ℓ 엔진을 갖고 있지 않던 GM대우의 반발로 유예 기간이 2008년까지 2년 더 늘었다. 


 이 혜택을 가장 잘 활용한 것은 기아차 모닝이다. 2004년 출시 당시 소형차로 분류됐지만 개정 제도 시행 이후 완전한 경차로 거듭난 것. 이와 동시에 기아차는 모닝의 페이스 리프트인 뉴 모닝을 2008년 1월 내놓았다. 독주 체제로 흘러가던 경차 시장이 '마티즈 vs 모닝'으로 재편되는 순간이었다.
 
 모닝의 인기가 거세지자 GM대우 역시 3세대 신형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로 맞불을 놓았다. 2009년 서울모터쇼에 신형을 소개하고, 같은 해 9월 정식 출시한 것. 특히 경차답지 않은 안전성을 강조했는데, 고급차에서나 사용하던 차체 하부의 H 스파이더 타입 B 필러 TWB 공법, 초고장력 강판 확대 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를 통해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시행한 40% 옵셋 충돌 시험에서 가슴 충격(2등급)을 제외한 전 항목 1등급을 획득, 당시 모닝을 압도했다. 여기에 모터사이클에서 유래한 일루미네이션 미터 적용도 화제를 모았다.     


 엔진은 1.0ℓ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 70마력, 최대 9.4㎏·m을 확보했다. 변속기는 자동 4단, 수동 4단을 함께 채용했다. 크기는 바뀐 경차 규격에 따라 길이 3,595㎜, 너비 1,595㎜, 높이 1,520㎜(루프랙 착용 시 1,550㎜), 휠베이스 2,375㎜로 최초의 경차 티코에 비해 145㎜ 길어지고, 195㎜ 넓어졌으며, 125㎜ 높아졌다. 휠베이스 또한 40㎜ 확장됐다.

 모닝의 2세대 후속 제품은 2011년 1월 등장했다. 월등한 상품성을 기치로 내세워 그립 타입 도어 핸들, 프로젝션 헤드램프, 열선 스티어링 휠, 버튼 동&스마트키, 듀얼 에어백, 1열 사이드&커튼 에어백, 경사로 밀림 방지가 포함된 차체자세 제어 장치 등을 갖췄다. 엔진 또한 크게 개선됐는데, 기존 입실론 엔진을 3기통 1.0ℓ 카파 엔진으로 대체하면서 타이밍 벨트 교환이 필요없는 사일런트 타이밍 체인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변속기 오일도 교체가 필요없는 무교환 방식을 적용했다. 가솔린 엔진 외에도 LPG 엔진과, 가솔린과 LPG를 동시에 사용하는 바이퓨얼 엔진 등을 선보였다. 


 크기는 길이 3,595㎜, 너비 1,595㎜, 높이 1,485㎜, 휠베이스 2,385㎜로 기존 모닝과 비교해 길이가 100㎜ 늘었고, 높이와 휠베이스도 5㎜, 15㎜ 확대됐다. 다만 높은 상품성과 단 두 제품에 불과한 경차 시장의 협소함으로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이 상당했으며, 이 같은 논란은 모닝을 기반으로 탄생한 박스카 레이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경차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한편, 유럽에서 '피칸토'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이다.

 2011년 3월 GM대우는 회사명을 한국지엠으로 교체했다. 동시에 쉐보레 브랜드를 국내 본격 도입,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이름도 글로벌 차명인 스파크로 개명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서 기본적으로 큰 변화는 주지 않았고, 당시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끈 블록버스터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해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였다. 2012년 3월에는 국내 생산 경차로는 최초로 미국 수출이 시작되기도 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자트코가 만든 C-테크 무단변속기(CVT)를 장착했으며, 2014년 젠Ⅱ 엔진을 얹은 스파크S가 출시됐다.


 모닝을 기초로 제작된 기아차 레이는 2011년 가을 우리나라 유일한 경형 MPV로 등장했다. 플랫폼과 엔진은 모닝과 공유하며, 높이를 높인 박스형 차체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넓은 수납공간과 다양한 활용도를 갖춘 차로 평가 받았다. 우측의 경우 프런트 도어와 리어 도어 사이의 기둥을 삭제한 B필러 리스 구조를 채택했지만 안전성 면에서 의심을 샀다. 때문에 회사는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포함한 6에어백,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차체 자세 제어 장치 등으로 이를 보완했다. 전기 동력계를 채용한 레이 EV를 2011년 12월에 내놨다.  


 경차 경쟁은 올해 한국지엠이 서울모터쇼에 소개한 신형 스파크로 재점화될 예정이다. 신형 스파크는 3기통 1.0ℓ 에코텍 엔진을 장착해 최고 75마력, 최대 9.7㎏·m의 성능을 확보했다. 크기는 길이 3,595㎜, 너비 1,595㎜, 높이 1,476㎜, 휠베이스 2,385㎜로, 대형화 추세에 있는 경차 크기 확보에 공을 들였다. 스탑&스타트 기능, 공기 역학 성능 등을 개선해 효율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경차가 강력한 시장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무기는 바로 '경차혜택'이다. 경차 도입 원년부터 '경제적인 차'가 고려돼 각종 세금 감면과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 것. 우선 개별소비세 면제, 종합보험료 할인, 취득세 면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역개발 채권 의무구입 면제, 고속도로 통행료 50% 감면, 공영 주차장 50% 할인, 지하철 환승 주차장 80% 할인 또한 강력한 유인책이다.  

 이 때문에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경차가 연료효율과 이산화탄소 배출 등에서 큰 이점이 없는 데도 과거부터 혜택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유지 논란을 낳은 것. 더욱이 국내 시장에서 소형차는 거의 사장된 것이나 다름 없고, 경차 가격의 가파른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경차 혜택이 과연 온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불어 경차 규격 확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단 두 제조사가 국내 경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수입차 확대에 따라 해외 경차 역시 국산 경차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현재의 경차 분류법을 적용하면 수입 경차는 대부분 경차 인정을 받기 어려워 정상적인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규격을 확대해 이들을 모두 수용할 경우 정부로서는 추가 세수를 기대할 수 없어 걸림돌로 남는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 폭스바겐, 고육지책 끝에 중국에 저가차종 투입키로
▶ 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 로터스가 만들 SUV는?
▶ 애플 워치, 카라이프 얼마나 바꿀까?
▶ 수입차, 가격대별 인기 제품은?
▶ 트랙스 VS 티볼리, 디젤 엔진으로 승부